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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가기/書 : 삶은 내가 쓰는 문장을 닮아간다

'파블로프의 개'가 되지 않기

by 푸른신발 2020. 7. 21.

- 김용규 저. <설득의 논리학> 7. 파스칼, 내기를 하다 를 읽고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파블로프의 개' 이야기. 

당신도 들으며 조금은 그 개를 측은하게 생각하거나, 은근 동물보다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지 않았나? 

그런데, 만약 지금 이시간도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파블로프의 개'처럼 훈련시키고 있다면? 

이렇게 똑똑하고 많이 배운 내가 그럴 리 없다고, 그런 건 이성이 없는 동물들에게나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 번 잘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 하나를 예를 들어보자. 

"그녀의 보석 가게에서는 터키석도 파는데 가격을 상당히 낮게 매겼음에도 전혀 팔리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터키석을 상점의 중앙에 배치했고, 때마침 관광철이라 손님도 많았지만 여전히 팔리자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가 갑자기 출장을 가게 되어 지배인에게 쪽지를 남겼다. 진열된 터키석을 모두 반값에 처분하라고! 며칠 후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예상대로 터키석이 다 팔리고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녀의 쪽지를 잘못 읽은 지배인이 터키석의 가격을 반값이 아니라 오히려 두 배로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물건은 3일 만에 모두 다 팔려 버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치알디니는 인간의 심리에 어떤 자동장치'가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고 말한다. 마치 "열려라 참깨"하면 동굴 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처럼. 이 터키석의 예에서는 "비싼 것 = 좋은 것"이라는 의사결정 프로그램이 작동함에 따라, 이성적 판단이 중단되고 구매가 자동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광고나 판매를 하는 설득 전문가들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프로그램화 된 고정행동유형(fixed action pattern)을 사용해서 우리를 '파블로프의 개'로 만든다. 우리의 '의사결정법칙'을 통해서 말이다. 우리의 의사결정법칙은 대부분 우리의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권위있는 전문가의 말을 따라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어찌 잘못된 생각이겠는가? 그러나 치알디니가 들었던 다음 예시를 보라. 

귀에 염증이 있는 환자에게 주치의가 환자의 오른 쪽 귀에 투약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처방전에 'Place in R ear(오른쪽 귀에 투약하시오)'라고 적어 간호사에게 주었다. 당직 간호사는 그것을 'Place in Rear(항문에 투약하시오)'라고 읽고 귀에 넣어야 할 약을 항문에 넣었다. 귀에 염증이 있는 환자에게 항문에 투약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환자나 간호사 어는 누구도 이 처방전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 말이 안되는 것 같은 일들이 우리 일상에서 매일 같이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를 돕고자 만든 의사결정법칙이 우리에게 함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치알디니가 정리한 이러한 의사결정법칙은 6가지이다. 

  1. 상호성의 법칙 : 상대 호의로 인한 부담 때문에 부당한 요구도 거절하지 못함
  2. 일관성의 법칙 : 일관성, 체면을 유지하려는 성향
  3. 사회적 증거의 법칙 :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려 함
  4. 호감의 법칙 : 호감을 주는 상대의 권유에 끌림
  5. 권위의 법칙 : 권위에 대한 맹종
  6. 희귀성의 법칙 : 얼마 없습니다, 이제 곧 끝납니다. 

전혀 새로울 것 없이 널리 알려진 것들이다. 그래도 우리가 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들은 피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2개 3개 복합적으로 치고 들어오면, 빠져나가기가 그리 만만치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를 '파블로프의 개'로 만들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의 시간이나 돈을 가져가고 싶어한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우리의 소중한 인생을 엉뚱한 사람들을 위해 쓰다 세상을 마감할 수도 있다. 우리의 손아귀에 광고판을 들고 사는 이 시대에, 그것도 참 쉽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