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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가기/書 : 삶은 내가 쓰는 문장을 닮아간다

설득의 논리학 4. 귀납법 - 베이컨을 좋아하세요?

by 푸른신발 2020. 4. 30.

귀납법은 전제로부터 개연적 또는 가능적으로 결론을 내는 논증법이다. 

귀납법을 '장님 세 명이 코끼리를 만져 코끼리를 파악하는 우화를 빗대어 비판하는 입장이 있지만,  그 장님들이 부분이 아닌 코끼리 전체를 만진다면 코끼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바로 그러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베이컨의 귀납법은 세 단계로 구성된다.

1) 자료를 준비하는 일 2)사례 표를 만드는 일 3) 그리고 그 사례표를 근거로 귀납 추론을 하는 일이다.  

귀납법의 결론은 개연적으로만 참이다. 귀납법의 결론이 참일 가능성을 '확증의 정도(degree of confirmation)'라 표현하는데, 이 확증의 정도를 높여 주어야 설득력 있는 논증이 되고, 이를 위해서는 1) 조사된 사례가 많고, 2) 반대 사례가 적고, 3)일반화 할 수 있어야 한다.

 

설득이 필요없는 연역법과 달리 설득이 필요하다. 귀납적 방법은 과학적 탐구의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는 점에서, 과학도 필연적으로 설득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과학에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는 데에 수사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조금은 낯선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귀납법과 그 표현에 관한 수사학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확증의 정도'에 따라 표현의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DNA의 염기 구조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 구조는 생물학적으로 상당히 흥미롭고 진기한 특성을 지닌다"

"우리가 가정했던 특정한 짝짓기가 곧바로 유전 물질에 대한 복제 메커니즘의 존재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차렸다"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의 논무의 두 문장을 보면, 이러한 강도 측면에서 대조적인 표현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제안'이라는 소심한 표현과 '상당히''진기한'같은 과감한 표현이 대조를 이루고, '가정','존재가능성','암시'와 같은 소심한 어휘 또한 그렇다. 

아직 당시로서는 인정 받지 못한 가설에 불과 했던 낮은 확증 강도를 고려해서, 그들의 표현의 강도도 조절했다는 것에 주목할만 하다. 

 

사실 '종의 기원'을 썼던 다윈 역시 동일한 수사학적 능력을 발휘했다. 

"지금 내 건강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또한 이 논문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여기에서 언급한 내용에 관한 참고 문헌과 근거의 일부를 밝히지 못했다. 그저 내가 언급한 내용이 정확하다는 것을 독자들이 믿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과학이론인 진화론이 그 서두에서부터 독자들에게 감성적 호소를 하며 판단의 책임을 떠넘기는 저자의 말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참 새롭고 재밌는 사실이다. 

 

Key Take Aways

과학적 접근에 빠질 수 없는 귀납적 논증은 철저한 자료 수집과 비교를 통해 자체의 확증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설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사학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확증의 강도에 따른 표현의 강도 조절. '소심함'과 '대담함'의 적절한 대조가 효과적일 수 있다. 

(~한 경향이 있다. ~제안한다. 또는 만일 ~하다면, ~ 하다를 활용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