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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lk the great dream
나를 알아가기/書 : 삶은 내가 쓰는 문장을 닮아간다

<나쁜교육> by 조너선 하이트, 그레그 루키아노프 (1)

by 푸른신발 2024. 9. 17.

 

이 책은 미국 사회에 최근 퍼져가고 있는 세 가지의 '대단한 비진실(Great Untruth)'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세 가지 비진실(거짓된 가르침이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은 단지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며, 우리 사회에도 이미 만연한 생각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되어 진다.

 

저자가 이 세가지 명제를 '비진실'이라 부르는 이유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 고대의 지혜와 모순됨

- 현대 심리학의 연구 결과와 모순됨

- 그 명제가 개인이나 공동체에 해를 입힘

 

이 비진실들은 이 사회(특히 다음세대)의 anti-fragility를 약화시켜 나약하고 덜 너그러우며 편협하고 다양성이 사라지는 세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데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설명을 특히 저자들이 몸담고 있으며, 이런 비진실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다음세대가 몸담고 있는 대학사회를 중심으로 하여 설명해 준다.

 

저자가 말하는 '대단한 비진실'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유약함의 비진실 

: 죽지 않을 만큼 고된 일은 우리를 더 약해지게 한다.  

 

지금의 미국 사회는 이전의 그 어떤 사회와 비교해도 '안전주의'가 만연해 있다.

'안전'은 그 개념이 은밀히 확장되어 더이상 신체적 안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감정적 불쾌감을 주는 자신과 다른 생각에 노출되는 것 자체를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인식한다.

(삶의 일부이기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극복하고 있는 인생의 사건을

모두 '트라우마'라는 이야기 하는 것도 이런 은밀한 확장(Concept Creep)의 예이다) 

 

그 모든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자신과 다른 생각 모두를 배척한다. 

불편함, 불쾌감은 모두 나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예로부터 전해오는 고대의 지혜와 배치되는 것이다.

하늘은 누구에게든 큰 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마음 고생을 시키고,
고된 일로 근골을 단련시키며, 굶주리게 하고, 빈곤에 찌들게 하며, 그 행하는 바를 어그러 뜨린다.
그렇게 해서 그의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게 하여 그 능력의 모자란 부분들을 향상시키려는 것이다.     
- 맹자

 

 

확장된 개념을 껴안은 과도한 안전주의는

Anti Fragility를 약화시켜

지키고자 했던 그 위협들에 더 취약한 상태로 만들어 간다. 

 

 

2. 감정적 추론의 비진실

: 늘 너의 느낌을 믿어라

 

많은 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은 우리의 감정이나 지각은

종종 우리를 속이기도 하는 것으로 그것들을 완전히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고대의 지혜들 역시 

우리를 불행하게 하거나 두렵게 하는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닌 우리의 해석이라는 것을

일관되게 가르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지금 만연한 '비진실' 가르치는 바는 

'너의 느낌을 믿으라'는 것이다.

이런 가르침의 영향인지, 아주 작은 불편함만 느껴도

상대의 '의도'는 들여다 볼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미세한 공격 micro-agression'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자신의 느낌을 의심하며 반문하기를 생략하는 많은 사람은

자신의 인지왜곡을 인식하거나 수정할 기회를 놓친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의 잠재적 긴장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책 속에서는 우리가 흔히 가지는 인지 왜곡을 9가지로 정리해 준다. 

감정적 추론

(감정이 현실을 해석. "우울해. 그건 어떤 현실에 문제가 있다는 거야")

재앙화

(최악의 결과를 상정)

과도한 일반화

(한 번의 일을 전반적 패턴으로 부정적 인식)

이분법적 사고

(두 가지의 극단으로 인식)

마음읽기

(충분한 증거 없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가정)

딱지붙이기

(자신이나 타인을 규정_이분법적 사고, 마음읽기 등 동원)

부정적 필터링

(부정적 사실만을 받아들임)

긍정적인 면 깎아 내리기

(자기나 타인의 긍정적 일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남탓하기

(자신의 부정적 느낌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림)

 


시카고 대학총장을 지낸(1978~1993) 해나 홀본 그레이는

"교육의 목적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 있지 않다.

교육이란 모름지기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데 뜻을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모든 불쾌함을 제거한 교육환경 속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을까


자신의 감정 아래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 보며 

인지왜곡을 줄여나갈 때

우리의 대인관계도 개선되고,

건설적 토론을 통한 배움도 가능하고

포용성을 지닌 건강한 공동체도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3. '우리 vs. 그들'의 비진실

: 삶은 선한 사람들과 악한 사람들 사이의 투쟁이다.

 

사람들은 그 안에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복합적 존재이다.

그런데, 사회 속에 점차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누군가는 '선한 사람'으로 누군가는 '악한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집단을 구분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 더 우호적인 우리 인간의 '부족주의'적 성향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회의 문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풀어가기 위해 세를 모으는 것이 정치라고 할 때,

사람들의 정체성을 활용해 부족주의 성향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정치적 접근일 것이다. 

그런데, 이 때 인류의 '보편적 인간성'에 기댄 정체성을 자극하느냐

아니면 누군가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며 집단의 정체성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은 사뭇 다를 것이다. 

 

지금 미국사회, 특히 대학 사회에서는

'공공의 적'에 맞서 싸우도록 집단을 결집시키는 방식의 정체성 정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런 방식은 히틀러가 유대인 학살에 썼던 방식이기도 하고

세상사를 집단 간의 권력 투쟁으로 바라본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관점이기도 하다. 

이들의 관점에서 권력을 가진자들은 가해자이며 '악하고' 억압당하는 집단은 피해자이며 '선하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토양으로 발현된 문화가 '가해자 지목 문화'이다. 

누군가의 사소한 공격을 찾아내 공개적으로 지목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보편적 인간성에 호소하는 방식의 문제해결이 필요하다.

 

 

-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