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대부분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사랑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 <사랑의 기술> 에릭 프롬
프롬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랑을 ‘능력’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대상’의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파니가 그렇듯이,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인데, 다만 사랑하거나 사랑받을 ‘대상을 만나는 것’이 어려울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랬다. 내 청년기의 모습이. 늘 사랑받을만한 대상을 찾아 헤매였지만, 정작 사랑할 능력은 없었다.
"누굴 위해 한 번이라도 희생해본 적이 있어? 사랑받고 싶어 안달하면서도 항상 자기 생각만 하지?" 영화 <파니핑크>에서 흑인 점성술사 오르페오가 사랑을 찾아 헤매이는 우울한 파니에게 한 말. 내가 그랬다.
사랑의 경험이 사랑에서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사랑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것 이외에 우리의 삶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지요.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의 경험이 사랑에서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사랑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 ‘위험 없는 사랑’을 위해 사랑의 경험을 회피한다는 것은 마치 ‘살아가기 위해서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리는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기기 때문이지요.
위험없는 사랑을 원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위험이 감지되면, 또 권태가 예상되면 도망쳤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 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사랑은 권태와 시련과 모든 것을 넘어서 지속되는 충실성인 것을 그 때는 잘 몰랐다.
이제는 알겠다. 그 시절 나는 사랑할 능력이 없었던 것을. 사랑받을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내 사랑의 능력의 문제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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