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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가기/學 : 즐거운 도전 CbA

비판적사고와 도덕교육

by 푸른신발 2020. 9. 6.

비판적 사고는 평가와 판단을 해야할 때 하는 사고이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무엇이 더 좋은지를 정할 때 행해지는 생각의 과정이다. 

그 평가와 판단의 근거를 찾아 세밀하게 연마하고 정리하는 것이 비판적 사고이다. 

 

사실 그 어떤 것도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생산적인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언제 비판적 사고를 쓸 것인가?

비판적 사고는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가? 

먼저는, 현장성이다. 다시 말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되어져야 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 토론을 위한 토론은 종종 너무 소모적이다. 

두번째는, 자기성찰이다. 비판적 사고에는 반드시 자신이 포함되어져야 한다. 사안에 따라 순전히 외부적 요인만이 평가/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을 수 있겠으나, 항상 자기자신을 그 판단의 대상에 포함시켜 두고 살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비판적 사고 속 이성이 날카로운 누군가를 죽이는 칼로 사용되지 않고 살리는 쓴 약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는 공공선을 향한 지향이다. 비판적 사고는 결국 판단을 위한 것이고,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판단의 결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비판적 사고의 목적은 무엇인가?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더 나은 답들을 찾아나가고자 함이고,

그 답이 왜 그러한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의 이해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비판적 사고는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향해야 하고, 공동체와 사회적 관계를 전제로 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는 도덕이 없는 비판적 사고는 위험하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반대는 어떠할까. 비판적 사고 없는 도덕은? 

 

부실한 기초

어떤 도덕적 문제 상황에서 인간이 마땅히 선택해야 할 당위적 선택을 이야기 하는데, 왜 그런 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 행위는 자신에게는 맹목적일 수 있으며, 타인에게는 무자비할 수 있다.  

 

또한 근거가 없으면 서로 다른 결론이 어떻게 이르렀는지 알 수 없고, 그렇기에 답을 좁혀나가기도 힘들다.  

 

도덕교육을 받아서, 어떤 도덕적 상황을 이해하고 무엇이 바람직하고 어떤 행동이 그렇지 아닌지 , 무엇이 진정한 이익인지를 나름의 기준과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익혔다면, 도덕적인 지식과 이해를 가지게 된다면 충분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소크라테스는 지식이 곧 덕이라는 입장을 가졌다. 알면, 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안다고 행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었다. 용기의 중요성을 안다고 용기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듯이. 실천해야 도덕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지적인 탁월성과 도덕적 탁월성은 다르다. 도덕성은 이론적 지혜(이해)를 넘어서는 실천적 지혜(판단)가 필요하다. 실천적 지혜 없이 깊은 생각을 할 수 없고, 깊은 생각 없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실천적 지혜를 갖춘 도덕행위자라면,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수준을 넘어 이제는  '어떻게 잘 실천할 것인가'에 더욱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학교 윤리 시간에 배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말 때문인지, 우리는 생각을 중요시하고, 내 생각이 곧 나라고 생각을 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깊이 사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행위가 그 생각을 따라갈 수 없어, 생각과 행위가 일치하지 않게 된다. 

 

악의 공범자, 착한 사람.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에 대한 비판적 사유가 부재할 때 평범한 인간조차 악의 공모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아히힌만은 그저 성실하게 조직의 명령을 수행한 것 뿐이다. 그의 잘못은 1) 생각하지 않은 것, 2)주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 3) 소신있게 말하지 않은 것 이었다. 

당신은 어떠한가. 근면하고 성실하고 착하다고 생각하는가? 객관적으로 보고, 명확히 판단하고, 소신있게 행동하는 것이 결여되어 있다면, 당신도 아히힌만처럼 악의 공모자가 될 수 있다. 

 

홀로, 그리고 함께.

우리 사회는 '우리'를 참 강조한다. 좋은 말이지만, 이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생각하는 힘을 처음부터 제거해 버린다. 사고의 첫 시작은 '혼자'가 되어야 한다.  홀로 사고하고, 홀로 배워야 한다. 

하지만, 홀로에서 끝나면 안된다. 우리 모두는 자기중심성을 벗어나기 어렵고, 그러기에 편향될 수 있고, 오류가 있을 수 있다. 함께 이야기하며 나와 다른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맞춰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100% 동의라는 건 없겠지만, 그래도 이해해 보려 노력해 보고 의견을 좁혀가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또 함께 연대하여 실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