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기/詩 : 낯선 곳으로의 초대

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 _ 송선미

푸른신발 2020. 7. 20. 09:03

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  <송선미>

줄지어 고개 숙인 해바라기를 보며 생각한다

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

 

거품을 감고
얌전히 누웠는 비누를 보며 생각한다

이런 건 노래하면 안 되나
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

 

하늘에 박힌 별

먼 데서 흐르는 물

닭이 난 따끈한 알

이런 것들은 아직 멀고 내 것이 아닌 것들

 

구겨진 수건을 보다가

시원하게 내려가는 변기 물을 보다가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이런 말들은 노래가 되나

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

 


출처 :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

 

우연히 접하게 된 동시 한 편. 

너무 멋진 것들을 노래 하려다가, 아무 노래 하나 부르지 못하는 것보다, 

내 곁에 있고, 내 눈길을 끄는 것들을 서툴게라도 노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  

 

누군가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기 보다 먼저 나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나의 노래'를 부르자. 

그게 누군가의 눈에는 '구겨진 수건'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누군가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노래를 남길 수 있겠지.

아니어도 좋고..

 

이런 건 노래하면 안되나, 이런 말도 노래가 되나 고민하지 말고, 노래를 부르자.

행복하게. 오늘. 지금.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