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기/詩 : 낯선 곳으로의 초대
<폭풍> by 정호승
푸른신발
2020. 12. 4. 13:27
폭풍 ................... 정호승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날으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 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